카우보이 휘슬

서원미

Seo Wonmi


2023 / 09 / 21 ~  2023 / 10 / 28

전시 소개


  •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한 매체인 '말'에 주목하고, 말로 하는 스토리에 방점을 두는 작업들
  • 작가에게 말은 곧 이미지를 찾는 제일의 수단
  • <숨바꼭질> 시리즈 : 숨바꼭질과 같은 유희의 정신으로 작가와 이미지가 말을 매개로 쫓고 쫓기기를 반복하는 과정
  • '그림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한편, 형식과 내용의 제약으로부터 그림을 해방시킴
  • 노스탤지어를 유발하는 그림으로써 작업의 무한정한 변주를 자아내는 작가 자신의 존재감을 외려 반대급부로서 부각함


서원미 작가의 개인전이 2023년 9월 21일 (목)부터 라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작가는 지난 작업들을 통해  <페이싱>, <블랙커튼>, <카니발헤드> 시리즈들을 차례로 이어온 바 있는데, 이번 개인전은 서원미가 그의 새로운 <숨바꼭질> 연작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에 사용했던 매체인 '말'에 주목한다. 이야기는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해 말로 건설한 세상이고, 말과 이미지는 이 세계를 축조하는 전부나 다름 없다. 입에서 밀려 나오는 말이 소설과 영화의 내러티브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갖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서원미의 이번 개인전 《카우보이 휘슬》은 바로 이처럼 말로 하는 스토리에 방점을 두는, ‘말을 좇는’ 그림들의 향연이다.


지난 작업들에서 서원미는 그를 둘러싼 서사나 역사적인 사건을 캔버스에 옮기곤 했지만, 이제 그는 지상에서의 모든 현상을 열린 비유로 감지하여 실제와 꿈의 몽타주를 더듬는 이미지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자나 영상보다 풍요로운 매체가 필요했을 터이다. 서원미는 그래서 ‘말’에 모험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를테면 그는 말에 담긴 힘이나 말 (word)과 말 (horse)의 의미를 오가는 양가적인 리듬을 올린다. 전시명에서 드러나는 ‘카우보이 휘슬’은 이와 같은 사고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이다. ‘카우보이 휘슬’은 카우보이가 그의 말을 불러들이는 행위인데, 작가가 이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말 (horse)을 호출하는 데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휘슬은 말 (word)의 파동을 목구멍에 고이게 한 다음 이 울림을 뇌에 전달함으로써, 외마디 음성으로 이야깃거리를 생성하던 먼 옛날 말의 시대를 예감케 한다. 환언하자면 서원미는 카우보이 휘슬로 그의 작업에 말을 불러들이고, 말에 손을 맡겨 미지의 이미지를 탐색하며, 그러한 이미지로 구현되는 이야기로써 보는 이의 심상에 불을 지핀다.


따라서 작가에게 말은 곧 이미지를 찾는 제일의 수단이다. 작가의 작품에서 꿈틀거리는 말이 자주 발견되는 까닭도 그가 숨겨진 이미지에 조금씩 다가가려는 작업의 추동력을 한 필의 말로 시각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 전시에서 작가의 화신이 되는 카우보이는 그러한 말을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몰이꾼이자, 숨은 이미지를 노련하게 찾아내는 술래가 된다. 작가와 이미지가 말을 매개로 이렇게 쫓고 쫓기기를 반복하는 과정은 작업의 구심에 숨바꼭질과 같은 유희의 정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본 전시에서 서원미가 선보이는 <숨바꼭질> 시리즈는 이와 같은 놀이의 비유로 형식에 정신을 불어넣고 감응을 체험케 하는 일련의 작업들이다.


한편 서원미는 《카우보이 휘슬》에서 선보이는 <숨바꼭질> 시리즈를 통해 '그림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한편, 형식과 내용의 제약으로부터 그림을 해방시키고자 한다. 그가 과거에 제작했던 시리즈들은 제한된 소재 탓에 형식마저 부득불 규정지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서원미의 이번 전시에서는 모든 것에 열린 소재와 이미지들이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며 자유로운 유희를 즐긴다. 또한 몇몇 작품들에서 작가는 먼 과거의 동굴벽화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의 빛바랜 인물들을 그림으로써 기원을 향수하는 노스탤지어를 유발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가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기억을 붙들수록 이 행위가 외려 반대급부로서 부각하는 것은 작업의 무한정한 변주를 자아내는 서원미의 존재감이다. 《카우보이 휘슬》은 이처럼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감정과 존재를 ‘현재 진행형’인 동사로 감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종국에는 그림이 작가의 ‘존재감’의 다른 이름과도 같음을 일깨우고 있다.







OVERVIEW

전 시 명   《카우보이 휘슬》
전시 장르   
회화 40여 점

전시 기간   2023년 09월 21일 (목) ~ 2023년 10월 28일 (토), 입장료 없음. 

전시 장소   라흰갤러리_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0길 38-7

관람 시간   (화~토요일) 오전11시~오후6시 / 일~월 휴무

문    의       02-534-2033 / lahe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