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숨 프로젝트

Han: Sum Project

규 / 박재형 / 장마리아 / 장진승

Gyu / Park Jaehyung /

Chang Maria / Jang Jinseung


2020 / 11 / 17 - 2020 / 12 / 31

작가노트





장자의 '무위' 철학에서 나 스스로 목적성 없이 즉흥적이고 본능적으로 그리는 행위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장자의 철학 중 소요유를 독파하면서 ‘속박을 벗어나 아무것도 지니지 않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 '그린다'는 행위와 맞물리면서, 영원하지 않은 하루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려내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업보’ 임을 느꼈다. 내 작업의 큰 목적이 ‘그린다’는 행위 자체에 있기에 현대미술의 흐름과 괴리감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가장 현대인의 삶의 모습 그 자체를 담아내는 행위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노트

박재형





사물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한다. 그 가능성이란 사물이 기대된 기능을 수행하는 상태가 아닌 다른 상태인 경우에도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두 시리즈 작품을 한다. 첫번 째는 나에게는 생소한 재료인 흙판을 만나 작품활동의 초석이 되었던 페인팅을 하였다. 안료가 초벌 도판에 스며드는 가벼움이 좋아 그 느낌을 소재로 작업하였다. 두번째 작업은 2년 전 런던 작업실 주변에서 주운 나뭇가지와 시멘트 덩어리와 함께 구입한 케이블타이 등으로 제작한 연약한 나무를 재현한다. 이번에는 런던이 아닌 한국에서 얻어진 사물을 이용해 만들었다. 그 차이에서 한국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





작가노트

장마리아





나의 작업은 이것과 저것 사이에 존재한다. 흑색도 백색도 아닌 회색 색조에 안정감을 느끼거나 캔버스 위에 회반죽 덩어리가 흘러내릴 때 적당한 정도에서 멈춰주기를 바라거나 하는 것들이다. 작업의 행위는 허물고 흩트려뜨리고 찾고 분리하며 쌓고 짓는다. 2015년 부터 도드라진 이러한 행태는 시각적 미감을 쫓기보다는 단순 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수행에 가까운 행위로 정착됐다. 2018년에는 표현할 대상이 더 흐릿해졌다. 나 자체가 투영된 행위는 화면과 회반죽 그리고 안료 만으로도 충분했으며 캔버스는 나의 행위를 기록한 기록 매체의 역할이었다. 회반죽은 행위를 기록하기 위해 덩어리를 키워 갔으며 눈 코 입의 형상은 회반죽 덩어리에서 격자의 형태로 치환되었다.





작가노트

장진승





큐레이터 장진택의 글 「Before, now (and after)」에서부터 시작된 장진승과 장진택의 3D 애니메이션 영상 작업은 기술이 변화시키는 시대에서의 문화와 예술의 역할과 인간과 기계에 관하여 그리고 개인의 취향적 선택과 알고리즘적 선택 사이에 대한 생각을 깊지만 얕고 얕지만 깊은 대화를 비논리적 구조 안에서 이야기한다. 이 영상의 주인공은 두명의 캐릭터 DON과 LAMBERT이다. 20대 초반 Don은 트렌드에 관심이 많고 “힙”한 문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20대 중반Lambert는 기계중심적 사고를 하는 고지식한 캐릭터이다. 둘만의 대화는 서로 다른 방식의 대화이자 너무나도 비논리적이기에 어쩌면 지리멸렬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결국 이 둘의 대화는 잡담처럼 시작하여 하나의 큰 지점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