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허달재, 박희섭 2인전
2020 / 2 / 25 - 2020 / 4 / 30
전시 소개
1. 숨에서 숨으로
라흰갤러리(대표 정은진)는 2020년 봄을 알리는 전시로 허달재 작가와 박희섭 작가 2인전 《한: 숨》을 선보인다. 다소 독특한 전시명 ‘한: 숨’은 숨에서 숨으로 이어져 내려와 개인의 숨결에 살아있는 한국성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성과 한국의 미의식 등을 내포하는 현대에 통찰한 한국성이라는 의미에서, ‘코리안 시크(Korean Chic)’라고 칭하고자 한다.
본 전시가 한국의 전통을 옹호하는 여타 전시와 차별되는 점은 작가 개인이 유년시절에 체험한 정서와 생활환경이 작가의 작업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화에서 작가의 심상을 풍경에 빗대어 그리는 남종화(南宗畵)의 대가 의재 허백련(1896~1977)의 손자인 직헌 허달재 작가는 5살 때부터 조부의 손을 잡고 광주 무등산에 둘러싸인 춘설헌(春雪軒) 화실을 드나들었다. 박희섭 작가는 황학동 인근 자개 골목의 자개 장인들을 보고 자랐으며 부모님의 주단집에서 색 고운 비단을 보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2. 개인이 대변하는 코리안 시크
《한: 숨》전은 ‘한’이라는 글자가 가지는 의미가 다중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의 한(韓), 일(一)을 의미하는 ‘한’, 과거 역사와 함께 전해오는 정서 ‘한(恨)’ 등의 의미가 있겠다. 단, 오늘날의 ‘코리안 시크’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발굴해야 할지가 이번 전시의 테마이기도 하다. 그 단서를 작가 개인의 자전적인 역사에서 찾았다. 개인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예술적 감각을 통해 완성한 작품들은 코리안 시크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1인이 무심코 사용한 재료와 형상들은 그들과 직접 맞닿은 대(代)를 넘어서며, 억겁의 시간이 현재의 일각으로 희미하고 또 예리하게 드러나는 순간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허달재 작가는 라흰갤러리 5미터 벽에 매화 병풍 작품을 선보이고 ‘돌’을 소재로 한 신작 또한 선보인다. 허달재 작가가 꾸준히 연마한 수묵 담채는 동양철학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이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여정이었다. ‘바른 마음가짐’이란 의미의‘직헌(直軒)’이라는 호를 가진 그는 이러한 동양적 사유와 시각으로 접하는 작품의 형상과 느낌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박희섭 작가는 동양 궁궐 조경의 필수 요소인 급제 나무라고 불리우는 ‘회화나무’를 중심 소재로 하여 신작을 준비했다. 박희섭 작가에게 익숙한 자개를 10여 년간 작품의 재료로 다루어 오면서 작품의 밀도는 높아지고 천연염색을 직접 배울 정도로 한국의 멋을 탐구한 시간은 캔버스에서 비단을 떠올리게 한다.
허달재 작가와 박희섭 작가의 공통점은 중국 현지에서 머물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활동한 바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뿌리깊은 수묵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현재도 역시 동양화 장르에서 탄탄한 미술시장이 구축되어 있다. 두 작가는 중국의 미술관과 갤러리 등 전시에 초대되고 미술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전통적 요소를 자신의 화필로 계승하고 한국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표현에 몰입한 한국 대표작가로서 알려져 있다.
3. [한: 숨] 채집
《한: 숨》전은 허달재 & 박희섭 작가 2인전을 시작으로 시작으로 2020년 장기 프로젝트로서 선보인다. 올해 가을 20~30대 젊은 작가들이 성찰한 ‘코리안 시크’ 작품을 소개하는 차기전시로 이어진다. 이 전시를 이어가는 이유는 ‘코리안 시크’가 더 이상 전통과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 우리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가장 단순하고 쉽게 익힐 수 있는 ‘시각’을 통해 누구나 쉽게 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장마리아, 박재형, 장진승, GYU 총 4명의 작가들은 허달재 & 박희섭 작가와 2차 내부 간담회를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코리안 시크에 대해 공유하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 이렇게 코리안 시크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할 담론을 채집하여 차기 전시에 반영할 예정이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작가들이 성찰한 오늘날의 ‘코리안 시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이어지는 사소한 숨들이 이어진 결과임을 드러낼 것이다. 자칫 ‘한국성’, ‘한국의 미의식’과 같은 용어와 사조에 갇혀 있을지 모를 살아있는 진정한 코리안 시크인 ‘한: 숨’을 발굴하고자 한다.
OVERVIEW
전 시 명 《한: 숨》 허달재 & 박희섭 2인전
전시기간 2020년 2월 25일(화) ~ 4월 30일(목), 입장료 없음.
전시장소 라흰갤러리_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29길 39 2층/ laheen.art
(인스타그램- @laheen_gallery)
관람 시간 화~토요일) 오전 11시~7시, 일요일) 오후2~6시, 월요일 휴무
작품 규모 평면 작품 20여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