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 개인전
2019 / 9 / 3 - 2019 / 9 / 10
우리 안의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와의 만남: 환타지와 공포, 환영과 신체성, 이미지의 깊이와 표면 사이에서
나는 여러가지의 이미지들을 혼성시켜, 식물인지 동물인지 혹은 우리 신체의 일부인지 알 수 없는 복수성을 가진 존재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관객은 작품에서 보여지는 각각의 부분 이미지들은 익숙하더라도 전체 이미지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파악해 내기 힘들 것이다. 그 이미지는 돌연변이 생명체 일수도 있고 기이한 풍경일수도 있으며, 질감이나 표면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창조물은 마치 생물 혹은 자연이 매혹적이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공포스럽고 위험할 수 있는 것처럼,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 매혹적인지 혐오스러운지, 혹은 미학적인지 저속한지에 대한 모호함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러한 낯선 객체 혹은 풍경을 통해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내 작품에서 보여지는 낯선 이미지는, 우리 안에 상주하고 있는 이질적인 존재와의 만남을 유도할지도 모른다. 우리 안에는 트라우마적이고 불가해하며, 외설적이고 잔인하며, 의미없는 그 어떤것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설명하기 힘들고 낯선 존재를 갑자기 만나게 될때, 우리는 일종의 공포를 느끼게 되며 우리라고 생각하고 있던 우리와 실재의 우리와의 차이를 깨닫게 된다. 나는 이러한 낯선 이미지를 통해, 우리안에 상주하고 있는 이질적인 존재, 또 다른 우리 자신을 만나게 되길 원한다.
나아가, 초점이 맞지 않고 흐릿한, 그리고 촉각적인 표면효과는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줌 인(zoom in)과 줌 아웃(zoom out)을 거듭하게 만드는데, 그들이 작품을 가깝게 보았을때 부분 이미지들은 매우 모호해지고 흐릿해져서 그들의 눈을 어지럽게 하고 그들의 신체성(physicality)을 자극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그들은 환영과 신체성, 그리고 이미지의 깊이와 표면, 그리고 작품에 대한 상징적 해석의 거리감과 그 거리 혹은 자신의 통제력의 손실 사이에서의 진동을 반복하며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표면(surface)에서 일어나는 ‘촉각적 시각성(haptic visuality)’을 통해 나는 관객이 그들의 불안정한 주체성과 경계의 파열, 즉 자아와 세상, 주체와 객체, 관객과 작품이 하나로 혼합되는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